가로막힌 미국 출국 길
회사에 휴직계를 낸 지 이제 1주일이 넘어간다. 다시 한 번 휴직을 받아 준 지금의 회사에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만 6년을 한 본부에서 일하면서 정이란 정도 많이 쌓였을 뿐 더러, 이번 휴직건으로 더욱 더 로열티가 뿜뿜하게 되었으니 난 이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 참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앞으로의 2년을 잘 해보고 싶다.
근데 막상 회사를 나오고 나니 비자 발급에 대한 두려움이 덜컥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Fall 학기 개강을 full-online format으로 하는 곳들에겐 신규 학생들 F-1비자 발급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말 모든 International admits들의 혼란과 미 행정부를 향한 비난이 온갖 Whatsapp 과 Slack을 채웠다. 나 또한 너무 두려웠다. 난 2년 휴직이 8월부터 적용되니 1년을 defer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모든 planned timeline이 뒤엉켜버리기 일보 직전.
하지만, 대표적인 Online 학기수업을 밀어부치는 동부의 Harvard, MIT를 주축으로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행정 정지명령을 촉구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 이후 1주일도 안되서 번복하게 되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된 내가 이런 일련의 해프닝들을 보고 있자니 무슨 미드 한 편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느낀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부의 권력도 쎄지만 (물론, 트럼프 정권이 유독 더 그래보이는 것 같지만), 교육기관을 포함한 나라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합당한 '권리'찾기에 당당하고, 체계적이며, 거침없다는 점이었다. 참 인상적이었다.
이런 '비자발급 제한'에 대한 번복 이벤트가 있은 바로 다음 날, 우리 MBA 동기 단체방에서 슬슬 지인들 중 US Ambassy에 몇달 전 Emergency request 형태로 비자 인터뷰 슬랏 요청을 reject 당했던 사람들 위주로 7월 중 slot을 열어주겠으니 잡으라는 메일이 돌고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보고, "아 이제 시작되나보다" 속으로 생각하고 바로 그 즉시 메일을 작성해 Emergency request를 대사관 측에 큰 기대는 없이 보냈다. 그냥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근데 바로 다음 날 너무나 친절한 request approval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살면서 뭔가 이런 긴급 방식의 요청을 국가를 상대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작은 성취'를 이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왠지 뿌듯했다. 그리고 든 생각. 이번 Pandemic으로 유례없는 사례들로 도배된 상황 속에서 어쩌면 짧은 시간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accelerated learning 들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사실 이번 비자 인터뷰 예약을 하는 것만해도 기존에는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나중엔 기억조차 나지 않을. 난 이런 당연하게 여겨졌던 과정들을 당연하지 않게 하게 되었다. 이 조차도 엄청난 '자기 합리화'에서 비롯된 정신승리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가 그러지 않았던가. IQ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 합리화에 능한 사람들이라고.
난 그렇게 바로 다음 주인 7/23로 인터뷰 날짜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오늘 주말의 마지막인 일요일엔 느지막히 카페에 가 필요서류들을 확인하고 당장 내일 챙겨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직 과제는 남았다. 학교로 부터 Hybrid 방식의 수업 포맷을 명시한 New I-20를 받아 인터뷰장에 가야하는 것인가 아닌가 확인을 해봐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어떻게 되겠지. 전국에 있는 모든 MBA admits들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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