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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CFO와의 대화

나의 MBA 생활

by kworkforce 2023. 3. 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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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 6개월간(정확히는 내가 조인한 이후) 우리회사의 CFO는 공석이었다. 이유는 S라는 전 CFO가 아마존으로 갔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One-medical을 인수했고(그래서 아마존의 경쟁사 중 하나인 Google은 직원들 medial benefit 파트너사였던 One-medical을 즉시 뺐다ㅎ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경쟁사한테 공유하기 싫다는 것) 헬스케어쪽으로 더욱 drive를 걸고 있다. 테크업체들도 이제는 단순히 한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닌 기존 강점을 활용해 다양한 인더스트리에 '전략적 교두보'를 두고 확장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모두의 공통점 중 하나는 'health care'를 next thing으로 염두해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하다. 인류의 GDP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건강'에 더 관심과 지출을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새 CFO의 등장은 surprise였다. 아무 소식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상장을 염두해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banking 백그라운드가 있는 사람을 찾고있었는데 N은 Whatron MBA출신 healthcare PE와 VC를 두루거친 인재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백그라운드가 있는 사람과 일해보고 싶었는데 이제 새 CFO라니.. 약간은 기대반, 나머지 절반은 너무 타이트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던 중 1:1으로 미팅이 잡혔다. N의 소개미팅이었고 내 커리어적 관심사와 이를 자기 또는 회사가 어떻게 조율해서 키워나가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자리였다. 그에 대한 첫 느낌은 약간 잘생긴(?) 인도계(?) 스마트한 미국인이었다. 액센트는 전혀없었고 회사에 대한 자기비전이 이미 어느정도 서있었다. 명석하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기분좋은 대화였고 나역시 내가 (회사로부터) 원하는 바를 명확히 얘기할 수 있었다.

이 미팅을 마치고 불현듯 내가 진짜 바라는 커리어 골은 뭘까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되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생각을 명확하게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글쓰기'라고 한다. 그래서 한 번 CFO와의 미팅을 계기로 촉발된 내 미래 워너비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후보
  • CFO: 인더스트리 CFO가 되고 싶다. 우선 어떤 인더스트리? 나는 (GIC 11개 섹터 기준으로) tech, healthcare + consumer disc까지이다. 왠만하면 컨슈머는 피하고 싶다. 보편적으로 growth가 많은 섹터는 아니기 때문이고 마진도 적다. 그럼 어떤 기업? 대기업이든 작은 스타텁이든 크게 가리고 싶지 않다. 내가 느낀 바로는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선호도가 있다면 좀 작지만 성장성이 보장된 섹터 + 차별성이 확실히 있는 스타텁 (Series B- D)에 조인해 성장을 이끄는 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회사가 상장하거나 exit(M&A, sale, etc)할 때 많은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을 뿐더러 나도 내 본업에 애착을 가지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CFO 종류에는 크게 네가지가 있다. 1) FP&A형, 2) Strategic(IB, PE), 3) Restructing, 4) Investment-related. 여기서 FP&A은 passive한 internal finance에 좀 더 초점을 둔 리더라면 2)은 좀 더 전략이 가미된 재무 의사결정을 내리는 리더다. 난 2)형의 CFO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

  • Head of APAC IM Sales: 좀 이건 쌩뚱맞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난 MBA 전에 Sales & Trader로 6년넘게 일했다. trading vol을 늘려야 나도 개인적으로 성과를 보장받기에 trading 능력 뿐 아니라, client관리가 생명이었다. 때문에 1년에 많게는 6번이상 해외출장을 다녔고 여기서 만난 많은 global AM 파트너들 sales들과 협업했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Sales분들이 하는 역할은 알맞은 금융상품(펀드, ETF)을 적시에 해당 리젼에 속한 기관 클라이언트들에게 소개하며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는 일이었다. 아직도 드는 생각은 인더스트리에서 일하는 것도 재밌지만, 반대로 아직 그때 즐거웠던 기억도 있는 것 같다(즉 내게 잘맞는 일이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관리하고 무엇보다 가장 active한 마켓인 증권시장에서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일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 Head of Sales & Trader: 마지막 옵션은 S&T로 복귀하는 것이다. 가장 현실성있으면서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한데, 단점이라면 일은 재밌었지만 그 때 당시 일로서의 의미는 많이 느끼지 못했다. vol 비지니스라 내가 크게 시장에서 alpha를 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단 생각은 안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두가지 옵션에 비해 매력도가 가장 떨어지는 일이라고 하겠다.

적어보니 위 세가지 롤들의 공통점은 '호흡이 상대적으로 짧은'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CFO는 약간 다른 얘기겠지만). PE/VC도 너무 매력적인 일이고, 애초 MBA당시 아카데믹 인턴도 VC와 일할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느낀 건 '호흡이 너무 길다'라는 것이다. 커리어를 정할 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성질'이 내게 맞느냐는 것이다. 요즘말로는 '재질'이라고 하나ㅋ 즉 나란 사람은 시간이 오래걸리는 일에 매력을 덜 느끼고 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세가지는 정말 생각난대로 적은 상상의 나래다. 모두 얻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일들이고, 명예도 따른다. 하지만 최소한 일년에 한두번쯤은 책상에 앉아 본인이 가고자하는 커리어의 '끝'을 적어보는 것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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