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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MBA 생활

by kworkforce 2023. 4. 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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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회고록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지난 12월 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도착한 LA. 지금은 7개월이 흘러 여름방학을 맞이했고 MBA의 졸업 필수요건 중 하나인 Summer Internship을 하고있다.

 

입국 후 한번도 포스팅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할 여력이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 공간은 철저히 묻혀질 것임을 직감해 이렇게 다시 키보드를 꺼내들었다. 순차적으로 1월부터 나의 MBA 경험들을 이 곳에 수놓고 싶지만 지금 아무리 사진첩을 보고 그 때의 기억들을 떠올려보려해도 그 때 찰나의 고민, 두려움, 그리고 실패로 인한 좌절의 무게감은 이젠 모두 떨어져나가고 몇 개의 개인적 이벤트만 머리에 남아있다.

 

그래도 내게 제일 중요했던 두 가지 줄기: 1) 첫 해외정착, 2) Summer Internship Recruiting 를 바탕으로 나머지 기억을 붙여나가며 다시 써내려가보려 한다. 이번 편에서는 1)에 초점을 두기로.

LA 입국 당시. 동기 둘과 함께 지냈던 Airbnb
 
 
 
  • 집과 차 구하기

차 없이 다니는 LA는 내겐 상상할 수 없었다. 지난 번 ESTA 비자로 방문했을 당시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LA를 실감한 이래 차는 무조건 사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생활물가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LA가 저렴하지만 대중교통만큼은 SF, NY에 비해 디스카운트 요인임은 분명하다).

 

집의 경우 UCLA에서 제공하는 On-campus Housing을 배정받았지만 가장 선호했던 아파트는 배정받지 못해 사실상 옵션에 두지 않았고, 오랜기간 계약할 공간인 만큼 직접 눈으로 보고 결정해야했기 때문에 입국 전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았다. 그 결과 X고생을 했는데 20여곳 이상을 현지에서 직접 룸투어를 예약하고 돌아보는데만 한달 가까이 걸린 것 같다. 문제는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도 나의 social status가 I-20로 밖에 입증이 안되는 상황이기에 1) Co-signer, 2) higher deposit rate 둘 중 하나를 꼭 요구했다. 이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은데 결국 나는 원하는 구조와 가격의 Studio로 현지 지인을 Co-signer로 지정해 구할 수 있었다.

 

2021년 1월 당시. 아직도 코로나 여파가 한 창인 때였기 때문에 LA 도심의 신축 아파트들 대부분이 많게는 4 months rental free까지 프로모션 하는 곳들이 많아 가격적으로는 상당히 메리트가 있었다. 난 그래서 졸업 전까지인 17개월을 한 번에 계약했는데, 지금 가격이 많게는 40%까지 다시 오른 걸 봤을 때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파트 룸투어 당시.
반면, 차의 경우 입국 전에 모두 테슬라 모델3를 미리 공홈을 통해 구입해 놓았다. Carmax 등 다양한 중고차 사이트에서 기존 gasoline차량을 살까도 했지만, 두 가지 이유 1) 테슬라 모델3의 2년 전 출시 모델의 중고가격을 보고 현저히 적은 감가율, 2) ev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있는 캘리포니아인 점을 감안해 주저없이 구매했다. 더불어, 입국 당시와 비교해 휘발유 가격이 요즘 거의 50%가까이 올랐는데 지난 7개월 동안 주유소 한 번 들일일 없었던 점까지 고려해보면 입국 당시 가장 잘했던 선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주행감도 단연 최고.

 

 

신차의 경우 가격이 $44,000정도로 한 번에 큰 돈이 빠져나가는 건 부담일 수 있지만 일단 두 가지 소스로부터 rebate를 총 $4,000가량 받을 수 있다: 1) EV Clean Energy Association, 2) CA state 에서 각 $2,000.

 

딜리버리 경우 대게 3- 6개월 정도인데 연말의 결우엔 일종의 "재고 밀어내기" 로 3주내로 받기도 한다.

나의 훌륭한 발이 되어주고 있는 Tesla Model 3
 
  • 생활/여가

LA의 겨울은 생각보다 추웠다. 밤에는 제법 두터운 자켓을 입어야했고 (근데 안 가져왔다), 잘 때는 히터를 틀어야했다. 하지만 낮의 날씨는 너무 좋아서 매일 하루하루가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집과 차도 있으니 본격적인 살림살이를 갖춰야했고 두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야 어디서 뭐를 사야할지 나만의 기준이 생겼던 것 같다.

 

취미생활의 경우 난 골프를 좋아하기 때문에 라운딩 당 카트포함 $50 내외 (물론 훨씬 비싼 곳도 많다) 밖에 되지 않는 캘리포니아 내 골프장 가격은 정말 꿈의 환경이었다.

도착해서 가장 처음 플레이했던 오크쿼리 골프장 (리버사이드)

 

 

셀프 라운딩 (노캐디)에 익숙해져야하는 초반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졌고, 도움없이 혼자 18홀을 매니징해가는 부분이 골프를 하는 즐거움에 더해져갔다.

 

골프 연습장의 경우도 미국에 와서는 자동으로 티가 올라오는 구조의 연습장보다는 직접 티를 꼽고 치는 연습장을 훨씬 선호하게 되었다. 이게 더욱 실전에 가까울 뿐더러 뭔가 클래식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가장 많이 다니는 랜초 driving range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내게 변화가 생긴 요소는 바로 요리다. 처음 혼자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나를 위해 오늘 뭘 먹어야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해봤던 것 같다. 아무래도 당시 LA 도착 당시 대부분의 식당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더욱 해먹는 요리에 익숙해져야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의 식비는 예상보다 훨씬 저렴했고 (다만 외식 자주하면 머지않아 파산: tax + tip), trader joe's나 wholefoods 등 장보는 재미가 생겼다. 한 번 장을 보면 일주일은 영양분 갖춰 고루고루 해먹을 수 있었다. 지금도 정해진 생활비 예산을 조금 초과했다 싶을 때는 외식을 줄이고 이렇게 혼자 밥을 해먹어가며 밸런스를 맞춰가고 있는데 왠지모를 든든함도 생긴 것 같다.
 

나의 생활비 예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은데. 난 550sqft 정도되는 studio에 $1950/월 계약을 나머지 17개월동안 했고, 생홞비는 한 달에 $2,500정도 잡았다 (전기비등 모든 제반비용 포함). 지난 7개월 LA에서 살아본 결과 이정도 예산이면 아주 충분하다. 물론 MBA 특성상 매 방학마다 class차원에서 대규모 여행을 다니면 그 때 예상치 못한 지출이 많이나가긴 한다 (우리 클라스의 경우 Winter break: 하와이 마우이, Spring breatk: 라스베가스, Summer break: 멕시코시티 를 다녀왔(올)다).

매운거 좋아함. LA 삼겹, 오겹살이 서울보다 훨씬 맛있다
 
 
  • 학업/클럽활동/컴피티션

UCLA Anderson은 쿼터제이기 때문에 우린 졸업까지 총 6개쿼터 (+1 써머)를 들어야한다. 이미 우리의 Summer와 Fall 쿼터는 리모트로 진행되었고 미국에서 처음 맞은 Winter는 한 과목만 간헐적으로 in-person 형태로 진행되었다. 애초에 Strategy 과목을 LA로부터 대면수업 필수과목으로 지정받아 우리 international들이 입국할 수 있게된거였기 때문에 이런 학교측의 노고는 감사했다. 다만 왜 이걸 진작에 하지 못했나는 여전히 의구심이.

 

수업은 평이했다. 경영학과를 나온 사람이라면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나 이론은 많이 없었고 좀 더 실무적인 케이스 스터디나 수업 중 참여가 좀 다르다면 다를 수 있었는데 이마저도 내 느낌엔 조금 옛날 케이스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참신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MBA 자체가 academic한 부분에서 자기계발을 하러 온 것은 아닌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비싼 학비의 대부분을 이루는 수업의 질을 좀 더 참신한 방향으로 매년 높여가면 어떨까 싶었다. 우린 Summer-Fall-Winter-Spring 까지 네 개 쿼터를 통해 비지니스적 리더쉽을 갖추기 위한 Core 과목들을 듣는데 위 학년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매년 커리큘럼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부분은 MBA를 하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 학업과 관련된 팁이 하나 있는데 Anderson의 경우 1st yr를 마치고 난 후 지난 1년동안의 학점/교내외활동/리더쉽 등을 고려해 scholarship을 주는 제도가 있다. 때문에 2nd yr때는 학점을 버리더라도 처음 1년동안은 신경을 좀 쓴다면 $10,000- $25,000에 달하는 금액도 받을 수 있다.

UCLA Campus는 정말 이쁘다.

그래서. 우리 MBA생들은 각자 밸류를 다른 곳에서 찾아가야했다. 크게 그 채널은 클럽과 컴피티션참여로 나뉘어질 수 있다. 일단 클럽은 Anderson의 경우 두가지로 나뉜다: Professional Club, Identity Club. Professional의 경우 각자 커리어 골과 관심사에 맞는 다양한 인더스트리별 클럽이 존재하는데 일단 가입하면 수많은 네트워킹 기회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같은 경우는 딱 관심있는 3개의 인더스트리를 정하고 이를 대표하는 클럽과 기타 관심있는 분야의 클럽을 2개정도 더 들었다. 어차피 시간이 갈수록 모든 클럽행사에 참여할수 없게되기 때문에 2-3개 클럽활동에 집중하는게 중요하다. 특히 MBA에서 가장 향상 시킬 수 있는 stat중 하나는 leadership인데 학기 초반에 수많은 클럽별 director 자리가 1st year 학생들에게 열리게되는데, 이 때 꼭 지원해서 director로 활동하게 된다면 향후 리쿠르팅시 해당 인더스트리에 commitment를 훨씬 쉽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유리하다. Identity의 경우에는 크게 고민없이 각자 나라에 맞는 클럽은 필히 들고 기타 다른 언어에 능통하거나 배우는 중이라면 그 클럽에 들어가면 된다. Identity club은 MBA 중 뿐 아니라 졸업후에도 네트워킹의 큰 back bone이 되기 때문에 역시 중요하다.

 

클럽활동 다음으로 가장 많은 힘이 들어가면서도 1st year동안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분야가 competition이다. 대게 fall 쿼터 시작부터 수많은 컴피티션이 열리게되고 (대게 전략 컨설팅) 크게 주최측은 1) 컨설팅펌 같은 회사, 2) B-school, 3) non-profit 단체 등으로 나뉜다. 가장 mba생들이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때 가장 slack 채널에서 관심있는 컴피티션별로 team up을 하기위해 분주해진다. 나같은 경우는 finance 쪽 백그라운드가 있기 때문에 (전략은 전혀 관심도 없었다), 두 가지 컴피티션을 참가했는데 하나는 Anderson에서 치뤄진 IFA Stock Pitch Competition과 national 규모로 이뤄진 Stern Credit Pitch Competition에 나갔다. 하나는 내 주분야였던 equity였고, 다른 하나는 잘 몰랐던 credit분야였는데 다른 2명의 팀원과 최대한 각자의 특기를 레버리지해가며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내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 중 하나. 결과는 모두 2등이었고 특히 Stern 발표는 다른 b-school들과 경쟁을 해야했고 우리는 Anderson을 대표로 나간 것이었기 때문에 더 의미있었다 (1등은 UNC, 3등은 Cornell이 했었다.) 클럽활동보다 이런 national cometition에서 입상하게 된다면 resume가 아주 강력해진다. 나는 그래서 컴피티션은 꼭 가을동안 참여해 입상이라도 할 수 있게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주최측이 회사인 경우, 향후 해당 회사 리쿠르팅시 매우 큰 이점을 가질 수 있다.

세 라운드를 back to back으로 해야했던 Stern Credit Pirch Competition . 파이널 라운드엔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에 발표해야했다.

이 모든게 작년에 일어났다. 모든 걸 한국에서 해야했기에 새벽에 뜬눈으로 발표했던 적도 있었고, 우린 언제쯤 미국에 갈 수 있을까 기약없는 학교측/코로나상황에 답답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닥쳐온 매일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 해가다보니 기대이상의 성과도 있었고 무리없이 적응해나갈 수 있었던 거 같다. 물론 아쉬움과 실패도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늘 부족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잘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자세가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저력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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