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MBA는 가치가 있을까?
해외MBA 가치에 대한 주관적 견해
주위에서 MBA를 다녀왔다는 사람들을 예전보다 많이 보지 못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통상 MBA가 인정받고 대우받았던 때는 2007년 미국 발 금융위기 후 바닥을 찍고 글로벌 경기가 초고속 우상향 성장을 하면서 될 성싶은 중간 관리자급들의 C-level로 도약을 위한 필수 코스로 여겨지며 많은 관심을 받았었고. 인기도 좋았다. 그래서 최소 80년대 생들은 소위 유명 경영인들이 '미국의 좋은 MBA를 나왔다더라' 하는 명성을 익히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MBA에 대한 환상 및 갈망이 있는 듯하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요새 얘기는 좀 다르다. 최근 내가 본 한 기사에 따르면 Top 10 비즈니스 스쿨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2019년 지원자 기준 전년비 약 5.9%까지 감소했고 이는 그 작년에 비하면 더 떨어진 수치이다. 비단 명문 비즈니스 스쿨도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런 감소세에 대한 이유를 여러 기사들이 이 당시 다뤘었는데 이유는 명백했다. 첫째, 역사적 저점인 실업률 (이게 가장 핵심인 듯싶다) 둘째, 요지부동의 등록금 (동부 명문 기준 1년 학비만 7.5만 불 정도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해진 삶의 방식이다. 즉, 비싼 돈 귀중한 시간 소비해가면서 MBA에 소비할 '기회비용'이 너무나 커져버린 것이다. 정말 상식적인 이유이고 이는 실제 현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MBA는 이런 시국에 비싸기만 한 허우대만 좋은 '학위'로 전락해 버렸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대답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다. 즉 예전만큼 인정받고 비싼 학비를 충당할 만한 졸업 후 연봉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누군가에겐 Pre-MBA 커리어를 '레버리지'시킬 수 있는 용도로는 여전히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나 역시 늦은 나이에 이를 준비하고 어드미션을 받기까지 나만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지금도 일체 후회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MBA의 가치는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 입장하기 위한 '입장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좀 비싼 입장권이지만, 학교는 그 비싼 만큼의 값어치를 하기 위해 (정확히는 자기들 학교 랭킹 올리기 위해) 졸업생들이 원하는 커리어로 전환 혹은 개발시켜주기 위해 온갖 도움을 준다. 물론 이 도움을 유용하게 받아들이는 건 그다음 문제다. 만약 학부를 해외에서 나왔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데 네트워킹을 더 하고 싶다 하는 분들에겐 '국내 MBA'가 매우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유럽 시장을 기존에 맡아 마케팅 및 유통업무를 해왔다면 현지 시장인 유럽 MBA를 노려보는 것도 커리어를 효율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답이 될 수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미국으로 MBA를 가기로 마음먹었던 순간의 가장 큰 동기는 단순했다. '내가 진짜 뭘 원하는지 한 번은 확인해 보고 싶다'였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보지 못한 세상에서 뒹굴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철저하게 내가 살아온 지난 인생을 뒤집어 봐야 했다. 이 '과정'자체가 내게 주는 의미가 클 것이라고 믿었고, 역시나 그랬다. 내가 Who (어떤 사람)이고 What & How (무엇을 어떻게) 해오고 대처하며 살아왔는지, 마지막으로 Why now에 대한 큼지막한 내 삶에 관한 질문들을 준비하고 대답해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답변을 준비해 가다 보니 정말 미래에 내가 하고 싶다고 '공약'한 걸 실제로 가서 이뤄보고 싶다는 생각도 더 강해졌다.
한 게시판에서 이런 얘기를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특히 해외 MBA에 대한 회의론이 많은 것은 MBA의 우수한 과정 자체를 제대로 '흡수'할 수 있는 준비 자체가 덜 되어가서 그렇다는 얘기였다. 비단 능력적인 부분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교육방식의 다름에서 비롯한 '현상'을 바라보는 Mind-set의 차이부터 언어/문화의 제약까지 더해져 그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진정한 가치를 잘 내재화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내 생각인데 이런 것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자들은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서 이미 자리를 잘 잡았다던지, 본인의 비전을 펼치며 전 세계를 무대로 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합리화일 수 있지만, 내가 내린 결론과 이 글을 통해 (잠재적인) 지원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의도는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는 본인 하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Covid-19이 야기한 유례없는 글로벌 패닉 상태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참 예측이 불가하다. (Kellogg, USC, Tepper는 이미 GMAT과 TOEFL을 사실 상 Waive 해주는 어나운스도 한 상태). 관건은 9월 학기 시작 전까지 1) Lock-down의 해제 여부, 2) 기 어드미션을 받은 합격생들의 deferal rate 일 것이다. 이 모든 게 학교도 학생들도 사상 초유의 사태라 참 이번 Class of 2022는 미궁 속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마저 적용되는 오래된 격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사람은 가고, 될 사람은 된다. 나 역시 이 믿음을 가지고 어떤 망설임도 없이 내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한 걸음 더 디뎌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