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날씨는 없다
요즘 내가 사는 엘에이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보통 매년 12월말은 일종의 엘에이도 우기에 속해 비가 종종내리곤 했는데 올해는 비가 1월 중순까지 지속되더니 그쳤다. 이것도 이상한 경우에 속했는데 지난 목요일부터 다음주 수요일까지 내리 비소식이 있다. 지난 3년간 나로선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매우 당황;;
미 기상예보에 따르면 화요일에나 비로소 이 강한 strom이 북동쪽으로 이동해갈 것이란 전망이다. 날씨가 이러니 이번 주말은 영 주말느낌이 나지 않았다. 비가 특히 희소한 엘에이지역은 비에 대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일종의 '물난리'를 쉽게 목격할 수 있기때문에 외출은 되도록 안하려고 하고있다.
그래서 오늘을 비롯해 내일까지는 그냥 오랜만에 집에서 쉬면서 밀렸던 잡(집안)일들, 개인적 단기계획, 독서등 이런저런 일을 하며 보내기로 했다. 일종의 나만의 ‘정리’시간을 가지기로 했다ㅎ.
일어나자마자 간단한 빨래, 집안일을 하고 가벼운 점심을 먹고 아내와 함께 먹고 커피와 도넛을 사먹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도넛가게가 LA엔 몇개 있는데 SK doughnuts은 최애 스팟. 근데 오늘은 tax return filing을 해야할 게 있어 비벌리 쪽 USPS에 들려 서류를 IRS에 보내고, 오랜만에 근처에 있는 Sidecar doughnut에 들리기로 했다. MBA때는 학교가 근처라 자주갔었는데 와이프랑은 결혼하고 처음가봤다. 다소 ‘프리미엄 도넛’ 티어에 속할정도로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정말 맛있어 한 번쯤 가보시길 추천이다!
Sidecar Doughnuts
그리곤 최근에 오픈한 Supreme매장에 들렸다. 원래는 Fairfax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 위험해보이는 길가에 구멍가게처럼 자리해 있었는데 지난주에 Sunset Blvd에 새단장을 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그래서 매번 너무도 긴 줄때문에 포기했었는데 오늘은 비 덕에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방문했다.
Supreme Los Angeles


역시나 줄은 짧았고 우린 둘러볼 수 있었다. 참고로 Supreme은 매 목요일 새물건을 drop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every Thursday 11am NYC, 4pm LDN timeand central Europe 17:00). 즉 새물건이 들어오는 목요일에는 오픈전부터 긴 대기줄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슈프림은 가격대에 비해 너무 좋은 품질, 디자인을 제공해주기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ㅎ. 왜 나이가 들수록 스트릿브랜드가 더 이뻐보이고 손이가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짧은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간단히 먹고 아내는 지금 넷플릭스를 보는동안 난 주중에 내가 놓쳤던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해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밖에는 점점 굵어지는 빗소리가 들리고 티비의 소음도 적절히 섞여 일종의 ‘편안한’ 자연소음이 듣기좋은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작년 10월 결혼 후 아내까지 미국에 함께 오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정신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근데 이렇게 비 덕분에(?) 내가 잊고 살았던 순간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지인도 떠올려보고(연락도 해보고), 2월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 올해 상반기/하반기 개인적인 목표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지니 참 좋은 것 같다.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 자기합리화를 위한 말이 아닌 실제로 삶의 매순간에는 좋은 순간이(몰래) 숨겨져있음을 깨닫고 찾아보려는 노력을 한다면 삶은 더 아름다워질 것 같다. 이렇듯 세상에 좋지 않은 날씨가 없듯이, 인생에도 나쁘기만한 순간은 없는 것 같다. 노력하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