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boarding 2020
Summer quarter starts: 8/3/2020
벌써 지난 포스팅이 한달 전 쯤이니 딱 한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 같다. 학기 시작과 동시에 꾸준히 내 MBA의 경험들을 공유하고자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쉽지 않았다. Anderson의 summer quarter는 8/3 시작이었고, 시차와 어색한 virtual 환경들은 첫 주 나를 멘붕에 빠지게 했다. 대게 본격적인 시작인 fall 전에 summer 학기를 통해 효과적인 learning을 위한 환경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Anderson의 경우엔 두 가지 수업을 각기 다른 learning team을 구성해 줌으로써 미리 같은 class의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collaboration'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MBA인 만큼 가장 먼저 준비된 수업은 LF (Leadership Foundation). 줄 곧 "Which leadership style do you aspire"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다양한 리더쉽 사례들을 보여주고, '아주 자주' zoom에서 breakout room을 만들어 learning team 구성원들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일종의 ice breaking 색이 짙은 느낌이었는데 난 이런 과정이 아주 좋았다. 이 수업은 일주일에 3번 한 시간에 무려 5시간 짜리 강의였다. 난 물론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시차를 감안 새벽 12시부터 들어야 했으니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짧고 굵게 미국, 대만, 중국, 유럽등 다양한 친구들과 인사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여서 놀랐다.
내가 이 과정에서 가장 놀란 것은 zoom으로 왠만한 건 '다 가능' 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이런 온라인 환경에 대한 경험이 적고, 애초에 기대수준이 낮아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모든 커뮤니케이션 및 내용 전달에 있어 이를 흡수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쾌적하고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 실시간으로 미팅 참여자들의 의견을 survey 가능 및 결과 공유
- 각자 화면 공유를 통한 토론 원활
- 한개 미팅 내 여러 breakout room 구성 가능
- NO buffering
- 깔끔한 음질 및 화상품질
뭐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 당연한 걸 잘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제일 이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건 buffering. 덕분에 사용자로 하여금 아무 부담감 없이 대화를 지속하고 화상회의를 제안할 수 있게된 것 같기도 하다. 다시 한 번 zoom에 난 감탄했고, 쉽게 대체가능한 마켓 내에서의 포지션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Google Hangout, Facetime, 등 많은 대체재들이 나오긴 했지만 범용적으로는 이미 팽배한 'culture of zoom'을 넘어서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너무 갑자기 zoom에 대한 찬사로 분위기가 흐르긴 했는데, 이 부분이 내겐 onboarding을 하면서 얻은 큰 배움 중 하나였다. 2020은 'remote working' 환경으로 가는데 코로나가 trigger가 되었고, 우리 mba class of 2022는 이를 적응해가는 방법에 대해서 가장 집중적으로 익히게 되는 기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음은 내가 8월 한달 간 수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9월 본 학기 시작과 함께 갖춰야 할 자세 및 skillset에 대해 적어 보았다. 이를 적음으로써, 좀 더 스스로에게 되새기기 위함이기도 하다.
1. 영어는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토종 한국인으로서 그래도 영어로 생각을 얘기하고 토론하는데는 큰 두려움은 없었다 (출처는 없다). 근데 이게 절반 이상이 미국 native들이다보니 내가 영어가 조금 부족하면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 시 글쓰기 등), 바로 팀에 민폐로 이어지는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학기 초기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바로 영어였다. 메일 하나를 보내더라도, 가다듬어 보내고 이를 또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은 늘 보였다.
또한, 수업 중 participation 점수가 상당부분 포함되는 수업들이 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애들이 손을 많이 든다. 심지어 온라인임에도 불구하고 옳든 틀리든 손들고 자기 주장을 얘기하느라 분주하다. 이게 처음에 난 좀 어색해서 편안하진 않았지만 제일 먼저 익숙해져야 할 culture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지 않고, 정확한 내 의견을 낼 줄 아는 자세와 영어실력은 기본 중 기본이다.
2. 그래도 '컨텐츠'에 기반한 '자신감'이 더더 중요하다.
위 1번을 보고 '그래, 영어를 더 늘려서 참여해야겠어!' 이런 생각을 했다면 이는 더 최악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 같다. 일단 그럴 시간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인정해야 할 부분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international 중에서도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이미 english proficiency는 학교 입학을 할 때 검증을 받았고, 때문에 부족할 순 있지만 결격사유에 해당할 만한 실력은 절대 아니다. 하여 영어를 늘리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연히 늘려가야 할 부수적인 부분일 뿐 (우리는 어학연수 온게 아니다), 생각의 알맹이인 'idea'에 집중해야 한다. idea가 좋으면 결국 듣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idea가 좋다는 걸 스스로 알면 말할 때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도드러지기 마련이다.

3. 영혼 없는 네트워킹은 없느니 못하다.
LinkedIn. MBA의 꽃이다. 네트워킹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건 기존 우리가 사용하는 Social Networking Service랑은 성격이 좀 다르다. 일종의 professional networking service이다 보니 LinkedIn etiquette이 존재한다. 나도 막 가입을 하고 '1촌' 강박증에 걸렸던 기억이 난다. 추천인이 뜨면 그냥 '아무 맥락없이' 친구신청하고 또 신청이 오면 아무 맥락없이 받아주곤 했다. 근데 '맥락'이 있어야 그 1촌들은 우리에게 유용한 인맥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러기에 우리는 보통 1촌을 맺고 싶은 상대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이유를 충분히 말해줄 수 있어야한다. Anderson에서는 이를 위해 outreach message를 작성하는 법부터 가르킨다. 각자 작성한 메시지를 서로 공유하고 career fascilliator는 이에 대한 피드백을 줌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첫 대화'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간다.

4. 욕심쟁이는 이제 그만: "시간표는 작을수록 이쁘다"
처음 onboarding을 시작하고 학교 수업 calender를 펼쳐보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빽빽이 꽉 찬 이름도 들어본 수업들과 다양한 산업과 주제에 관한 webinar등 다들 재밌어 보이는 주제였지만 이걸 다 언제듣나 하는 고민부터 들었다. 근데 되돌이켜보면 다 들으라고 있는게 아니었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잘 버리고 포기하는 법'에 대해 배워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조성문님의 블로그'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가 MBA 동안 나는 버리는 법을 배웠다라고 한 것을 정확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버리기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잘 알아야' 잘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버리는 것의 나만의 기준이 설정되어 있어야 버릴 수 있다. 무서운 점은 한 번 버리면, 그건 되돌리 없다. 고로 9월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정확하진 않더라도 큰 틀의 Recruiting goal (short & long-term), socializing scope만 정해준다면 매우 효과적인 시간 운용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많이 알아야, 많이 그리고 잘 버릴 수 있다."

5. Experience > Good grades
'MBA가면 논다던데'.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MBA가 그렇듯 우리학교도 GND (Grade Non Disclosure)를 채택하고 있다. 근데 모두가 신경쓴다. 이게 약간 습관같은 거 같은데 피할수 있지 않는 이상 졸업 후에도 성적은 남는 것이기에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나 또 한 그렇다. 근데? 본격적인 리쿠르팅 시즌이 다가오면 어떨까? 분명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올 것 같다. 그 땐 과감히 리쿠르팅 및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들로 더 선택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성적 조금 안 좋으면 인생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뭐 경험 좀 더 했다고 인생 안달라진다. 하지만 공부는 나중에 집에서도 할 수 있다.
근데 코로나 때문에 일부 제약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그래왔듯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다시 찾을 것이고 그 안에서 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늘 새로운 즐거움은 있고, 그 안에 배움은 존재한다' 이제와서 현 상황을 불평만 늘어놓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바보같은 짓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움직였어야하고, 적응했어야 했다.